[사설] 해룡면은 순천이다… 이제 떼어 놓을 이유도 사라졌다
인구 27만 시대, 순천 선거구 원상회복을 요구한다
김광기 발행인 겸 편집인 · 입력 2026.08.24 · 최종수정 2026.08.24 · 조회 5
해룡면 주민은 순천시민이다. 그런데 국회의원은 광양·곡성·구례 주민과 함께 뽑는다.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해룡면만 순천에서 떨어져 나와 인접 선거구에 편입된 뒤, 여섯 해가 지나도록 그대로다. 주민들은 그동안 참정권 침해와 정체성 상실을 말해 왔다. 우리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얹으려 한다. 이 선거구를 만든 전제 자체가, 지금은 무너져 있다는 사실이다.
법은 원칙을 정했고, 국회는 단서에 기댔다
공직선거법 제25조는 하나의 시·군을 쪼개 나눠 다른 선거구에 붙이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동시에 단서를 둔다. 인구가 모자라는 시·군이 인접한 시·군 전부를 합치는 방식으로도 하나의 선거구를 만들 수 없을 때만, 예외적으로 인접 지역의 일부를 떼어 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해룡면 분리가 이 조문을 정면으로 거스른다고 보고, 국회는 단서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법 해석을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렸다. 우리는 이 다툼을 되풀이하기보다, 더 단순한 것을 묻고 싶다. 단서가 요구하는 '그 때의 사정'은, 지금도 그대로인가.
인구 27만, 전제가 무너졌다
2026년 6월 기준 순천시 주민등록인구는 27만4131명이다. 1년 사이 1221명이 줄었다. 21대 총선 당시 분구를 논하던 28만 선 아래다. 이 숫자는 양날의 칼이다. 순천을 갑·을로 나누자는 요구는 명분이 약해졌다. 그러나 바로 그 이유로, 해룡면을 떼어 둘 이유도 함께 사라졌다. 애초에 해룡면 분리는 분구 요구를 봉합하기 위해 나온 절충안이었다. 분구가 거론되지 않는 규모라면, 절충할 대상 자체가 없는 셈이다. 더 중요한 건 단서의 요건이다. 광양·곡성·구례를 모두 합친 인구가 선거구 하한선을 넘는다면, 순천의 일부를 떼어낼 이유는 없다. 순천 단독으로 상한을 넘지 않는다면, 옆으로 붙일 이유도 없다. 결국 두 개의 숫자가 답을 정한다. 그런데 그 계산은 지금까지 주민에게 제대로 공개된 적이 없다.
사전투표 줄에서 확인되는 것
선거구 문제는 추상적이지 않다. 해룡면민이 순천 시내에서 사전투표를 하려면 관외선거인 줄에 서야 한다. 같은 순천시민인데, 투표소에서만 손님이 된다. 신대·금당지구 주민 상당수는 자신의 지역구 이름을 정확히 대지 못한다.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생활권과 행정구역과 선거구가 따로 놓여 있으면, 유권자는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도 알기 어렵다. 대표를 뽑고도 그 대표에게 말을 건네기 어렵다면, 그것은 제도의 결함이다.
2027년, 숫자로 요구하자
다음 총선은 2028년이다. 선거구 획정 논의는 통상 선거 1년 전부터 본격화한다. 실질적인 승부처는 2027년이고, 지금은 근거를 쌓을 시간이다. 그동안의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해룡면 사회단체장 협의회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고, 순천시의회는 선거구 정상화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지역 정치권도 원상회복을 약속해 왔다. 그런데도 여섯 해가 그대로다. 우리는 반복된 성명보다 검증 가능한 수치가 더 멀리 간다고 본다. 세 가지를 요구한다. 첫째,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27대 총선 인구 기준일과 상한·하한 인구수를 조속히 공개하라. 그것이 있어야 주민도 따져볼 수 있다. 둘째, 순천시와 시의회는 결의안에서 멈추지 말고 인구 변화를 반영한 공식 의견서를 획정위에 제출하라. 셋째, 갑·을 지역구와 정당을 가리지 말고 초당적으로 같은 안을 내놓으라. 지금처럼 각자 다른 속도로 움직이면 해룡면은 또 밀린다.
해룡면은 순천이다. 이건 정서가 아니라 행정구역상의 사실이다. 6만 명에 육박하는 주민이 자기 도시의 국회의원을 뽑지 못하는 상태를, 또 한 번의 총선으로 넘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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