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월지구, 아파트보다 고등학교가 먼저다
순천 관내 고교의 '이전 재배치'가 해룡면의 유일한 해법이다
김광기 발행인 겸 편집인 · 입력 2026.08.27 · 최종수정 2026.09.14 · 조회 13
[도시는 아파트로 완성되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배웠다. 고층 아파트가 먼저 들어서고 학교와 상업·업무시설, 생활 기반시설이 뒤늦게 따라오는 방식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그 시차 동안 주민이 감당하는 것은 불편이다. 장을 보러, 아이를 학교에 보내러, 병원에 가려 원도심까지 나가야 한다. 아파트가 먼저 서면 사람은 들어오지만 도시는 늦게 완성된다. 순천이 지난 20년간 치른 학습비용이다. 선월지구는 그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선월지구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선월지구 개발계획 변경안은 2025년 7월 산업통상자원부 심의를 통과했다. 공동주택은 5,395세대에서 6,000세대로 확대됐고, 교육시설 용지는 초등학교 1곳, 초·중 통합학교 1곳, 중·고등학교 1곳, 유치원 1곳으로 조정됐다. 여기에 결정적 변수가 하나 더 있다. 코스트코다. 2025년 9월 전라남도·순천시·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과 코스트코코리아가 투자협약을 맺었고, 2026년 4월 29일 시행자와 부지 매매계약까지 체결됐다. 4만 6천㎡ 부지, 개점 목표는 2028년 하반기. 광주·전남 첫 코스트코다. 즉 선월지구에는 유통 앵커시설의 시간표가 이미 그려져 있다. 비어 있는 것은 단 하나, 학교의 시간표다.
[해룡면에는 고등학교가 없다]
인구 3만 3천 명의 신대지구를 품은 해룡면에 일반계 고등학교가 없다. 순천의 고등학교 9곳은 대부분 원도심에 몰려 있고, 해룡면 고교생의 80% 이상이 10km가 넘는 거리를 통학한다. 아이가 새벽에 집을 나서고 밤에 돌아오는 도시를, 우리는 '살기 좋은 도시'라고 부를 수 없다. 선월지구에 6천 세대가 더 들어온다. 지금 손을 놓으면 통학의 고통은 두 배가 된다. 그러므로 선월지구의 성공 조건은 명확하다. 고등학교와 코스트코가 먼저 자리를 잡고, 그 위에 공동주택이 채워져야 한다. 순서가 바뀌면 선월지구도 같은 길을 간다.
[그러나 '신설'만이 답은 아니다]
여기서 냉정해져야 한다. 학령인구는 줄고 있다. 지금 순천에 고등학교 하나를 순수 신설하면, 그 학생은 하늘에서 오지 않는다. 관내 기존 고교의 학급과 학생을 나눠 가져오는 구조다. 학생 수가 줄면 학급이 줄고, 학급이 줄면 학교가 흔들린다. 학생 1인당 돌아가야 할 교육지원 예산도 분산된다. 신설은 교육청에도, 기존 학교에도, 결국 학생에게도 부담이 된다.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가 신설에 인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학생 수 감소기의 학교 정책 기조는 '순증'이 아니라 '재배치'다. 그래서 답은 이전 재배치, 이른바 '신설 대체 이전'이다. 순천 관내 고등학교 중 학생 충원과 시설 노후로 여건이 어려운 학교를 선월지구로 옮기는 방식이다. 학교 총량은 유지되므로 중앙투자심사의 벽이 낮아지고, 기존 학교의 학생을 빼앗는 구조도 아니며, 노후 학교는 새 캠퍼스를 얻는다. 원도심은 학교 부지를 도시재생 자원으로 전환할 수 있다. 해룡면은 고등학교를 얻고, 신대·선월지구 학생은 통학에서 해방된다.
전라남도교육청이 검토해야 할 것은 '신설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어느 학교를, 어떤 조건으로, 언제 옮길 것이냐'다. 선월지구는 순천의 마지막 대규모 신도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 기회를 또 '아파트 먼저, 학교 나중'으로 쓸 것인가. 고등학교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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