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산의 성패는 공장보다 교실에서 갈린다
순천 방산 CONNECT 2026… 공급망 참여와 함께 IB 교육과정 준비가 필요하다
김광기 발행인 겸 편집인 · 입력 2026.09.06 · 최종수정 2026.09.06 · 조회 3
방위산업의 성패는 공장보다 교실에서 갈린다. 순천이 방산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나선 지금, 함께 준비해야 할 것은 산업단지 부지만이 아니다.
순천시는 지난달 28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지역 방산·우주 분야 벤더기업 14곳과 대학, 연구기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순천 방산 CONNECT 2026'을 열었다. '기업·기술·인재를 잇고, 순천 방산의 미래를 열다'가 주제였다.
시는 지역 제조기업이 가진 특수합금과 소재, 정밀가공, 부품 분야 기술력을 방위산업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기업별 역량과 방산 진입 가능성을 분석한 '순천 방산 생태계 지도'를 만들고, 체계기업과 지역 벤더기업의 기술·구매 연계, 공동사업 발굴, 실증 지원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앵커 기업 유치까지 연결하겠다는 로드맵을 내놨다.
공장은 지을 수 있다, 사람은 길러야 한다
방산은 공장 하나를 유치한다고 완성되는 산업이 아니다. 설계와 소재, 정밀가공, 시험·평가, 품질관리, 소프트웨어, 보안, 국제 규격, 조달 체계까지 수많은 분야가 맞물린다. 지역기업이 공급망에 들어가려면 기술력만큼이나 문제를 정의하고, 근거를 갖춰 협업하며, 복잡한 기준을 이해해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공급망은 기업과 기업을 잇는 선이 아니다. 지역의 아이들이 배우고 자라 다시 지역 산업을 움직일 때 비로소 완성된다.
입시의 방향도 바뀌고 있다
교육의 흐름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수능의 서·논술형 평가 확대와 절대평가 전환 등을 포함한 중장기 대입 개편을 공론화하고 있다. 아직 확정된 내용은 아니지만, 내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이 대학에 갈 무렵에는 정답을 고르는 능력보다 읽고 분석하고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쓰는 역량의 비중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암기한 것을 얼마나 재현하느냐가 아니라, 낯선 문제를 어떻게 해석하고 해결책을 설계하느냐가 중요해진다. 방위산업과 AI, 로봇, 항공우주, 첨단소재가 요구하는 인재상도 다르지 않다.
그래서 IB 교육과정이다
IB는 학생이 정답을 외우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자료를 탐구하며, 토론과 글쓰기로 생각을 증명하도록 하는 교육과정이다. 문제 해결력과 비판적 사고, 의사소통, 협업, 자기주도성을 함께 기른다는 점에서 첨단산업 인재 양성의 기반과 맞닿아 있다.
전남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전남교육청은 8개 시·군 23개 학교에서 초·중·고 연계 IB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2026학년도에는 2개 지역을 더해 10개 시·군 30개 학교로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관심학교에서 후보학교, 월드스쿨로 이어지는 단계적 지원 체계와 교원 연수, 대학 연계 교육자 과정도 갖췄다.
판은 이미 깔려 있다. 순천이 방산을 미래 산업으로 삼겠다면, 이 확대 흐름에 지역 학교를 적극적으로 태울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교실에서 다룰 수 있는 지역의 과제들
방향은 어렵지 않다. 학생들이 지역 기업과 함께 드론 부품의 국산화, 항공엔진 소재의 안정적 공급, AI 기반 재난 대응, 방산기술의 윤리와 평화적 활용 같은 과제를 탐구하는 방식이다. 단순 체험학습이 아니라 과학과 수학, 사회, 언어를 연결해 자료를 분석하고 대안을 발표하며 보고서로 완성하는 과정이다.
방산 교육이 군사 지식을 가르치는 일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기술의 안전한 활용과 국제사회의 평화, 공급망의 책임, 개인정보와 보안,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함께 살피는 교육이어야 한다. IB가 강조하는 탐구와 토론, 글쓰기, 국제적 시각이 이런 교육과 어울린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해룡면에는 왜 더 절실한가
이 문제는 해룡면 주민에게 특히 가깝다. 방산 공급망의 물리적 기반이 될 산업 용지가 해룡산단 일원에 있고, 그 곁에 인구 3만 3천 명의 신대지구가 붙어 있기 때문이다. 일터와 배움터가 한 생활권 안에 놓인 흔치 않은 조건이다.
다만 해룡면에는 아직 일반계 고등학교가 없다. 산업은 문 앞까지 왔는데 그 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 낼 교실은 지역 안에 없는 셈이다. 방산 인재 양성을 말하려면 고교 유치와 교육과정 준비가 같은 표 위에 올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나의 체계로 묶어야 한다
순천이 방산기업을 유치하고 지역기업의 판로를 넓히는 데서 멈추지 않으려면, 초·중·고 단계의 탐구 중심 교육과 대학·기업·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지역형 교육 프로젝트를 함께 설계할 필요가 있다. 교원 연수와 교육과정 설계, 학생 연구활동, 현장실습과 진로 멘토링까지 하나의 체계로 묶는 일이다.
'순천 방산 생태계 지도'에 기업의 기술 역량만 담기지 않기를 바란다. 어느 학교에서 어떤 아이들이 어떤 역량을 기르고 있는지, 인재의 흐름까지 그려 넣을 때 그 지도는 비로소 완성된다.
순천 방산 생태계의 첫 관문은 산업단지 담장이 아니라 학교 교실이다. 지금 아이들에게 질문할 힘, 생각을 글로 설득할 힘, 세계와 협업할 힘을 길러 주는 일. IB 교육과정 도입 논의를 더 미룰 이유는 크지 않아 보인다.
※ 이 기사는 순천시의 '순천 방산 CONNECT 2026' 개최 발표와 전라남도교육청의 IB 프로그램 운영 계획 등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본지 논설입니다. 대입 개편 관련 내용은 국가교육위원회에서 공론화 중인 사안으로 확정된 정책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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