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립의대, 왜 순천이어야 하는가
목포대·순천대 통합 협상 시한 8월 10일… 동부권 80만이 지켜보고 있다
김광기 발행인 겸 편집인 · 입력 2026.08.07 · 최종수정 2026.08.07 · 조회 1
사흘 남았다. 목포대와 순천대의 통합 협상 시한이 오는 8월 10일로 연장됐다. 이 사흘 안에 합의가 나오지 않으면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국립의과대학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정부는 지난 2월 두 대학의 통합을 전제로 정원 100명 규모의 국립의대를 신설해 2030년 개교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통합 이전 전남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의과대학도 상급종합병원도 없는 곳이었다. 40년 가까이 미뤄온 숙원이다. 그런데 이 숙원이 지금 '어디에 둘 것인가'라는 문제 하나에 막혀 있다.
■ 동부권 80만, 갈 병원이 없다 순천시와 지역 정치권은 지난달 26일 공동성명에서 동부권 80만 시민의 생명권을 말했다. 순천·여수·광양에 고흥·구례·곡성·보성을 더한 숫자다. 이 80만은 지금 어디로 가는가. 중증환자와 응급환자는 광주로, 더러는 서울로 실려 간다. 동부권에 국립대병원도 상급종합병원도 없기 때문이다. ■ 산업단지의 위험은 확률이 아니라 상수다 동부권에는 다른 어디에도 없는 위험이 있다. 여수국가산업단지와 광양제철소다. 국내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단지와 제철소가 여기 있다. 이곳에서 사고가 나면 필요한 것은 일반 진료가 아니다. 중증외상과 화상, 화학물질 중독을 다룰 수 있는 병원이다. 그런 병원이 지금 동부권에 없다. 매일 수만 명이 그 안에서 일한다. 의료 인프라를 산업단지 가까이 두는 것은 배려가 아니라 안전 설계다. ■ 기준은 형평이 아니라 접근성이다 서부권 주민에게는 광주의 대학병원이라는 선택지가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대안은 있다. 동부권은 다르다. 광주까지의 거리가 서부권보다 멀다. 골든타임을 다투는 상황에서 그 차이는 생명의 차이다. 이미 가까운 곳에 대안이 있는 지역과 아무 대안이 없는 지역을 같은 저울에 올릴 수는 없다. ■ 순천은 동부권의 거점이다 순천은 인구 28만을 넘어섰고 동부권 교통의 중심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부청사도 순천에 있다. 광역 행정의 거점이 여기 있다면 광역 의료의 거점도 함께 있는 것이 자연스럽다. ■ 의대와 병원은 나눌 수 없다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가 제시한 중재안은 목포에 통합 대학본부와 의과대학을, 순천에 500병상 규모 대학병원을 우선 두는 안이었다. 목포대는 조건 없이 수용했고 순천대는 거부했다. 순천대가 거부한 이유는 분명하다. 의학 교육의 절반 이상이 병원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임상 실습과 수련, 교수진 확보가 모두 병원에 달려 있다. 의대와 병원을 200㎞ 떨어뜨려 놓으면 둘 다 반쪽이 된다. 학생은 이동에 시간을 쓰고, 병원은 교육 기능 없는 진료소가 된다. 이것은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라 의학 교육의 구조에 관한 문제다.
■ 그러나 목포의 사정도 안다 목포시는 36년 숙원이라고 했다. 서남권 도서지역 주민의 의료 접근성이 열악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신안의 섬에서 응급환자가 나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안다. 그래서 이 문제는 어느 한쪽이 이기고 지는 문제여서는 안 된다. 기획위는 추가 중재안을 내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두 대학이 스스로 합의안을 만들면 존중하겠다고 했다.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 가장 나쁜 결과는 아무도 못 가져가는 것이다 시한을 넘기면 2030년 개교 일정이 틀어진다. 정원 신청과 교육시설 구축, 수련병원 확보, 의학교육 인증평가가 줄줄이 밀린다. 그사이 다른 지역이 먼저 갈 수도 있다. 40년을 기다린 전남이 여기서 또 한 번 미뤄지면 다음 기회가 언제 올지 아무도 모른다. ■ 정부에 요구한다 두 대학의 자율 합의만 기다려서는 사흘 안에 결론이 나기 어렵다. 의료 수요와 산업 위험도, 응급 이송 거리, 인구 분포. 이 객관적 지표를 근거로 정부가 판단해 주기 바란다. 그것이 정치적 타협보다 공정하다. 그리고 어디에 세우든 동부권의 응급·중증 의료 공백을 메울 구체적 계획을 함께 내놓아야 한다. 80만이 기다리고 있다. ■ 의대는 건물이 아니다 해룡면에서도 밤에 아이가 아프면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한다. 순천만의 문제가 아니다. 의대는 건물이 아니다. 20년, 30년 뒤 이 지역에서 아이를 받고, 암을 수술하고, 응급실 야간 당직을 설 사람을 지금 만드는 일이다. 사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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