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사러 간 초6, 피임약 받았다… 복약지도는 어디까지 의무인가
순천 약국 오투약 의혹에 학부모 고소… 조제는 '의무', 일반의약품 판매는 '재량'
김광기 발행인 겸 편집인 · 입력 2026.09.16 · 최종수정 2026.09.16 · 조회 4
감기약을 사러 약국에 간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경구피임약을 받아 복용한 뒤 응급실로 옮겨진 일이 순천에서 발생했다. 학부모는 경찰에 고소장을 냈고, 약국 측은 다른 설명을 내놓고 있다.
여수MBC 보도와 이를 인용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감기 기운이 있던 A학생은 최근 순천시의 한 약국을 찾아 약을 달라고 했다. 약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약을 가져와 건넸고, A학생은 집에 돌아와 약을 복용했다.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가족이 약을 살펴보고서야 포장에 적힌 주의사항을 통해 그 약이 감기약이 아니라 여성용 경구피임약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A학생은 이를 모른 채 두 알을 복용한 상태였고, 이후 심한 두통과 복통을 호소해 응급실로 이송됐다.
엇갈리는 양측 주장
학부모는 약국이 나이 확인도, 복약지도도 하지 않고 약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약을 팔면서 무슨 약인지,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설명이 없었다는 것이다.
반면 약국 측은 아이가 초등학생처럼 보이지 않았고, 피임약 이름을 정확히 말해 해당 약을 건넸을 뿐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이 확인과 복약지도가 실제로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두고 양측 설명이 엇갈린다.
학부모는 해당 약국에 대해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는 수사와 관계기관 조사를 통해 가려질 사항이다.
법은 어디까지 의무로 정하고 있나
이번 일을 이해하려면 우리 법이 약국의 설명 의무를 어떻게 나눠 놓았는지 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조제'와 '일반의약품 판매'의 기준이 다르다.
약사법 제24조 제4항은 약사가 의약품을 조제하면 환자 또는 환자보호자에게 필요한 복약지도를 구두 또는 복약지도서로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약사법 제98조에 따라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고, 시행규칙에 따른 업무정지 처분 대상도 된다.
그러나 처방전 없이 사는 일반의약품은 기준이 다르다. 약사법 제50조 제4항은 약국개설자가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때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복약지도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의무가 아니라 재량으로 돼 있는 셈이다.
경구피임약 가운데 매일 복용하는 사전피임약은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다. 응급 상황에 쓰는 사후피임약이 전문의약품으로 의사 처방이 필요한 것과 구분된다. 또 일반의약품 구매 연령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은 현행법에 따로 두고 있지 않다.
조제하면 반드시 설명해야 하지만, 일반의약품을 팔 때는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설명하면 된다. 이번 사안이 드러낸 제도의 틈이다.
다만 복약지도 의무 여부와 별개로, 요청한 약과 다른 약을 건넸는지, 그 과정에 주의 의무를 다했는지는 별도의 문제다. 이 부분은 형사상 업무상 과실 여부와 약사법상 행정처분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함께 따져야 할 사항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설명이다.
아이 혼자 약국 심부름, 무엇을 챙겨야 하나
신대지구처럼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아이가 혼자 상가 약국에 다녀오는 일이 드물지 않다. 이번 일을 계기로 가정에서 챙길 수 있는 대목을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아이를 보낼 때는 증상을 적은 메모를 들려보내는 편이 낫다. '감기약'이라는 말보다 '콧물, 기침, 열 없음, 12세'처럼 구체적으로 적으면 오해가 줄어든다.
둘째, 받아 온 약은 복용 전에 보호자가 포장과 설명서를 확인한다. 제품명과 효능·효과, 복용 연령이 포장에 적혀 있다.
셋째, 잘못 복용한 것으로 의심되면 남은 약과 포장을 버리지 말고 함께 챙겨 병원에 간다. 어떤 약을 얼마나 먹었는지가 처치의 출발점이다. 24시간 상담이 필요하면 응급의료상담 1339나 119에 연락할 수 있다.
넷째, 영수증과 구매 시각을 남겨 두면 이후 사실관계를 확인할 때 근거가 된다. 이번 사안처럼 양측 주장이 엇갈릴 때 특히 그렇다.
의약품 오투약이 의심될 경우 신고·상담은 관할 보건소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을 통해 할 수 있다. 약사법 위반 여부에 대한 행정 조사와 처분은 관할 지방자치단체 소관이다.
※ 이 기사는 여수MBC 보도와 이를 인용한 언론 보도, 그리고 현행 약사법 조문을 확인해 작성했습니다. 학부모와 약국 측의 설명은 각자의 주장이며, 사실관계는 수사와 관계기관 조사를 통해 확인될 사항입니다. 본지는 피해 학생과 약국이 특정되지 않도록 상호와 소재지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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