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 재검토'는 확정 아니다… 연향들 소각장, 시민 공론화가 첫 관문
시민 821명 정책토론 청구로 9월 공론장 개시… 2030 직매립 금지 시간표가 변수
김광기 발행인 겸 편집인 · 입력 2026.09.07 · 최종수정 2026.09.14 · 조회 3
입지 고시는 끝났고, 법원은 1심에서 순천시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연향들 차세대 공공자원화시설은 아직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순천시가 시민 821명의 정책토론 청구를 받아들여 공론화 절차에 착수한다. 쟁점은 단순한 찬반이 아니다. 2030년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라는 시간표 안에서 연향들이 최선의 입지인지, 더 나은 대안이 가능한지를 시민 숙의로 다시 검증하는 과정이 시작된다.
확정된 것은 '원점 재검토'가 아니다
먼저 짚어야 할 대목이 있다. 지금 확정된 것은 연향들 입지를 취소하고 원점에서 다시 검토한다는 결정이 아니라, 시민 공론화와 정책토론을 추진한다는 결정이다.
순천시는 시민주권위원회 의결을 거쳐 공론화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민참여단 운영과 정책토론, 권고안 마련 절차를 9월부터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중립적인 전문가 중심으로 꾸린다는 방침이다. 본지가 확인한 최신 발표 기준으로 기존 입지결정 고시를 취소했다는 공지는 나오지 않았다.
사업은 어떤 내용인가
차세대 공공자원화시설의 최종 입지는 2024년 4월 2일 연향동 814-25 일원으로 결정·고시됐다. 당시 제시된 계획 규모는 소각시설 하루 260톤, 재활용 선별시설 45톤, 열분해유화시설 7톤이다.
추진 배경에는 법정 시한이 있다. 비수도권은 2030년부터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된다. 소각이나 그에 준하는 중간처리를 거치지 않은 생활폐기물을 그대로 묻을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여기까지 온 경과
출발점은 2018년이다. 순천시 쓰레기 문제 해결 공론화위원회가 소각시설 도입 등을 권고했다. 2023년 6월 입지선정위원회가 연향들 일원을 최적 후보지로 선정했고, 2024년 4월 최종 입지가 고시됐다.
이후 절차는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2025년 6월 입지결정 고시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이 대법원에서 기각됐고, 같은 해 11월 20일 광주지방법원은 입지결정·고시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해 순천시가 1심에서 승소했다.
다만 1심 판결이 절차상 위법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법적 논란이 끝난 것은 아니다. 반대 측은 항소 의사를 밝힌 상태다.
올해 들어 흐름이 다시 바뀌었다. 7월 21일 시민 821명이 정책토론을 청구했고, 8월 11일과 12일 시민주권위원회가 공론화 추진을 의결했다. 정책토론은 9월 착수 예정이다.
쟁점 하나, 입지가 맞는가
민선 9기 인수위원회는 국가정원과 주거지 인접성, 지하화에 따른 비용, 해룡천 인근 침수 우려, 대체 후보지 검토 부족 등을 이유로 원점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이는 인수위의 검토 의견으로, 해당 위험이 행정적·사법적으로 확정된 사실은 아니다.
쟁점 둘, 재검토하면 2030년을 맞출 수 있나
직매립 금지는 법정 일정이다. 새 입지 선정부터 환경영향평가와 도시계획 변경, 주민 협의, 설계와 공사까지 다시 밟으면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론도 있다. 시가 지난 7월 현장점검에서 밝힌 왕지동 매립장 매립률은 91.4%이며, 약 19만㎥의 증설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증설분과 소각재 매립 가능성을 감안하면 시간표를 다시 짤 여지가 있다는 시각이다.
쟁점 셋, 무엇을 물을 것인가
공론화의 성패는 질문 설계에 달려 있다. '연향들 찬성이냐 반대냐'만 묻는 방식으로 가면 갈등을 한 번 더 확인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교 가능한 선택지를 놓고 따지는 편이 낫다는 의견이 많다. 연향들 입지를 유지하되 시설 규모와 지하화, 주민편익을 조정하는 방안, 연향들을 포함해 후보지를 다시 공모·평가하는 방안, 소각 규모를 줄이고 감량·재활용·광역처리를 결합하는 방안, 기존 매립장 증설과 중간처리 대책으로 시간표를 재설계하는 방안 등이다.
해룡면 주민도 당사자다
연향들은 해룡면 생활권과 맞닿아 있다. 인수위가 지적한 해룡천 인근 침수 우려 역시 해룡면 주민에게는 남의 일이 아니다. 시설이 들어서든 들어서지 않든, 교통과 하천, 대기와 악취는 행정구역 경계를 따라 나뉘지 않는다.
그런 만큼 시민참여단 구성에서 해룡면과 신대지구 주민의 참여가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폐기물은 순천 전체가 함께 만들어 내는 문제이고, 그 처리 방식도 순천 전체가 함께 정해야 할 문제다.
고시는 끝났지만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9월에 열릴 공론장이 결론을 뒤집는 자리가 될지, 결론을 보완하는 자리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남은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이다. 본지는 공론화추진위원회 구성과 시민참여단 선정 과정을 계속 확인해 보도할 예정이다.
※ 이 기사는 순천시의 공론화 추진 발표와 관련 판결·행정 절차에 대한 공개 보도를 종합해 재구성했습니다. 인수위원회의 재검토 권고는 검토 의견이며 행정적·사법적으로 확정된 사항이 아닙니다. 입지결정·고시 무효확인 소송은 1심에서 순천시가 승소했으나 반대 측이 항소 의사를 밝혀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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